미국의 INF조약 파기와 고르바초프
* 2019년 2월 14일
INF 조약 파기와 관련해서,
현재의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 견해가 궁금했었습니다.
90세의 고령이지만
사고력은 늙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INF 파기에 대하여
INF 조약 당사자로서 가지는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조약에 도달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과정인데
선 파기로 인하여 의도하지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의 말대로
미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INF 조약의 파기가 언어도단적인 무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치킨게임에서 한번 맛을 들인 미국이 중국을 요리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못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에서
미국이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현재 미국 행정부는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고르바초프 “美, '절대적 군사 우위' 위해 INF 파기”
"INF 파기시 美 국가안보도 위험해져…당파 싸움 멈추고 러시아와 대화해야"
나토, INF 파기 대안 놓고 이견…핵전력 강화 ‘필요없다 VS 필요하다’
조선일보 박수현 기자 2019-02-14 17:3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4/2019021402463.html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결정 뒤에
절대적 군사 우위를 확보하려는 야심이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INF 파기 원인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세계 최고의 부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상대국이 굴복할 때까지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는 판단이다.
고르바초프는 1987년 12월 8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INF를 맺은 당사자다.
INF는 사거리 500~1000km의 단거리와 1000~5500km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간 군비 경쟁을 종식시키고
이후 전 세계 핵전쟁 위협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13일(현지 시각) 자국 일간 베도모스티에 보낸 기고문에서
"미국이 INF 탈퇴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가 냉전을 종식시킨 뒤 몇 년에 걸쳐 이뤄온 모든 것들이 중대한 위험에 놓였다"며
"미국은 그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중국과 이란, 북한 등이 보유하고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문제삼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미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고르바초프는
"(조약을 통한) 핵무기 감축 과정이 계속됐다면
영국과 프랑스,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분명히 어느 시점에서 동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의 (INF) 조약 탈퇴 결정 뒤에는 미국 지도자들이 인용하는 원인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
즉 군비 분야의 모든 제한에서 벗어나고
절대적 군사 우위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야심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부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상대국이 굴복할 때까지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허황된 목표이고 오늘날 세계에서 한 국가가 절대적인 군사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INF 파기라는) 파괴적인 전환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INF 파기가 각국의 전략을 뒤흔들고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르바초프는 이로 인해 국제 정치가 혼돈에 빠지면
앞으로의 정세가 예측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결국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안보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고르바초프는 또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래 혼란에 빠진 미국 정치권을 언급하며
미 의원들에게 러시아와의 대화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인, 특히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에게 호소하고 싶다"며
"최근 몇 년 간 미국에서 조성된 내부 (정치) 상황은 핵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의 모든 대화를 사실상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는 당파 간 대립을 극복하고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때이고, 러시아가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고르바초프는 양국 정치인들이 현 상황을 숙고하고
세계를 새로운 군비 경쟁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INF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전면적이고 검증 가능한 준수를 약속하고 INF에 복귀하지 않으면
미국은 2월 2일로부터 6개월 지난 시점에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국들은 INF 파기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럽에서 이미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응책 마련을 둘러싸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장관,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이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3~14일 이틀 간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우리(유럽)도 효과적인 억제와 방어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재래식 무기나 다른 방안 등 광범위한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에 대응해 유럽 지역에 새로운 핵·미사일을 배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독일과 영국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발언에 핵전력 강화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발언에 "장래에 이런 (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인지에 대해 모든 옵션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오는 15~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안보회의에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러시아의 INF 위반 여부와 파기 위기에 처한 INF를 살리는 방안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많은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러시아와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도 SSC-8 (러시아명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